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고전 명작 다시 읽기 (1) 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by 별밤이현 2023. 6. 10.

고전 명작 다시 읽기 시리즈 첫 번째 작품 하퍼 리의 소설 <앵무새 죽이기>는 미국 현대 문학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로서 1960년에 출간된 이래로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 왔습니다. 저는 고전 명작 다시 읽기를 통해 이 책의 주제 등을 살펴보고, 하퍼 리가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고전명작 다시 읽기: 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인종차별과 편견에 맞선 어린 소녀의 성장기 소설

 

난 네가 뒷마당에 나가 깡통이나 쏘았으면 좋겠구나. 하지만 새들도 쏘게 되겠지.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된다는 점을 기억해라.

 

이 말은 백인 여인을 강간한 혐의로 기소된 흑인 남성 톰을 변호하는 애티커스가 그의 아들 젬에게 한 조언입니다. 하퍼 리는 1930년대 미국 딥 사우스 지방 중 하나인 앨라배마 주의 한 가상의 마을에 사는 6살, 10살인 남매 스카웃과 젬 핀치의 어린 눈을 통해 인종과 계급 차별의 불합리함을 그려냈습니다. 마을 사람들의 양심은 편견과 폭력, 위선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변호사 애티커스는 이것들에 맞서 싸우며 정의를 지키기에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이 소설은 캐릭터 중심의 소설로서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만연한 시기에 출간되었습니다. 미국의 대공황 시대에 가상의 마을인 앨라배마주 메이컴 카운티가 무대입니다. 이야기의 중심은 백인 여성을 강간한 혐의로 기소된 흑인 남성 톰의 재판 과정과 함께 주변 인물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스카웃 (진 루이스 핀치)가 어른이 되고 난 후 어릴 적의 일을 회상하는 1인칭 시점 이야기로서 스카웃이 6살부터 9살이 되기까지의 3년간 흑인 재판의 부당함을 묘사하고 그 당시에 만연해 있던 인종 차별을 고발합니다.

 

스카웃의 가족은 끈끈한 유대감으로 뭉쳐 있기로 소문난 가족입니다. 그러다가 변호사인 애티커스가 백인 여성을 강간한 혐의로 기소된 흑인 톰 로빈슨을 변호하면서 갈등이 시작됩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런 아버지를 심하게 모욕하고 비방하기를 서슴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아버지를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작가는 소설 전반에 걸쳐 인종차별과 폭력, 톰의 재판을 통해 두 아이가 성장해 가는 과정을 훌륭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저는 핀치 가족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핀치 가족에게 깊이 몰입하면서 역사를 배우고 그들의 진정성 있는 눈을 통해 격동하는 삶의 바다를 항해하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순수한 여섯 살짜리 아이의 눈을 통해 삶의 고난을 경험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습니다. 스카웃은 아마도 자신이 겪었던 쓰라린 상처와 원망으로 점철된 과거의 기억을 다시 꺼내어 이야기하기까지 큰 용기가 필요했다고 봅니다. 성인의 입장으로 어린 시절에 그런 시련을 겪어야만 했다는 것이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삶을 얼마나 배우고 싶어하는지, 불의에 대항해 아버지를 얼마나 보호하고 싶어 했는지를 알게 되었을 때 깊이 감동했습니다.

 

 

작품의 배경

앵무새 죽이기는 1930년대 미국 대 공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일곱 자녀를 서른 두 살의 가난한 엄마가 대공황의 고통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1936 photograph by Dorothea Lange, Library of Congress

 

하퍼 리가 이 소설을 쓴 1950년대는 미국 사회가 크게 변화한 중요한 시기였습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인종 차별과 계급 간의 불공정을 해소해야 한다는 인식으로 인권운동이 탄력을 받는 시기였습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미국 남부는 여전히 인종 차별로 인해 심각하게 분열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사회적 배경이 인종차별과 편견, 그리고 불평등의 문제가 이 소설의 배경이 되었습니다. 하퍼 리의 아버지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고객들을 변호하는 변호사였습니다. 이런 경험은 소설의 주인공이자 강간 혐의로 기소된 흑인을 변호하는 변호사인 애티커스 핀치를 묘사하는 데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1930년대는 당시의 많은 미국인들 대부분이 가난에 허덕이며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시기였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사회적 배경은 이 소설 속에서 불평등과 불공평을 영속시키는 사회적, 문화적 규범에 대한 강력한 비판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퍼 리는 핀치 가족과 톰,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로 정의와 연민, 평등의 근본적인 가치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이런 과감한 시도는 시민권과 사회 정의를 위한 미국의 지속적인 투쟁을 상기시켜 주는 것으로서 오늘날까지도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앵무새 죽이기'가 의미하는 것

 

소설의 원작에 등장하는 앵무새의 원래 명칭은 Mockingbird (흉내지빠귀새)입니다. 작가는 이 새를 흑인들이나 소설 속 등장 인물인 래들리처럼 주류에서 벗어나 차별받는 사람들을 비유하는 말입니다.

하퍼 리는 소설 속에서 이 새를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고 오직 아름다움을 세상에 가져오는 것에만 관심이 있는 순수함의 상징으로 표현했습니다. 변호사 애티커스는 그의 자녀들에게 '앵무새는 해를 끼치지 않고 단지 아름다운 노래로 우리들에게 즐거움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앵무새를 죽이는 것은 죄'라고 말합니다.


작가는 톰은 아무 죄없이 남을 도우려 할 뿐인 '앵무새'로, 사회의 편견과 증오가 그를 파괴하는 것을 '죽이기'로 은유했던 것입니다. 결국 '앵무새 죽이기'는 순수함을 파괴하는 것과 상대적으로 생계와 안전에 취약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독자들에게 일깨워 주는 작가의 메시지인 것입니다. 이것은 공감과 이해에 대한 요구입니다. 작가는 스카웃의 시선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인종과, 계급, 또는 다른 외부 요인에 근거해 판단하지 말고, 모든 사람들의 아름다움과 선함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나의 가슴속 깊이 새겨 주었습니다.

 

 

인종차별과 불의에 맞선 작가 하퍼 리

 

하퍼 리는 1926년 미국 앨라배마 주 몬로빌의 변호사 집안에서 태어나 남부의 작은 마을에서 자랐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이 소설에서 애티커스 핀치라는 캐릭터에 영감을 준 변호사였습니다.

그녀는 앨라배마 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했지만 중퇴했습니다. 그녀는 뉴욕으로 이사한 이후 항공사 예약 대행사로 일하며 글쓰기에 매진했습니다. 이 때 쓴 소설의 원고를 출판사에 투고했던 것이 결국 <앵무새 죽이기>로 탄생했습니다. 이 소설은 미국 남부에 만연해 있던 인종 차별에 대한 강력한 저항으로 1960년에 출판하자 마자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대중들은 이 소설에 대해 약자에 대한 동정심과 도덕적인 비전으로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하퍼 리의 폴리처상 수상작 '앵무새 죽이기'는 출간된 지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Harper Lee (출처:: Donald Uhrbrock/The LIFE Images Collection via Getty Images/Getty Images)



그녀는 이 작품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인터뷰를 하거나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오히려 고향에서 수필이나 칼럼을 투고하며 조용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녀의 두 번째 작품은 <파수꾼(Go Set a Watchman)>으로 2015년에 출간되었습니다. 이 작품의 원고는 출판하기 이미 오래 전인 1950년대 중반에 집필을 마친 것입니다. 결국 이 작품은 두 번째 작품이 아니라 그녀의 처녀작인 셈입니다. 60년이나 늦게 출간된 이유는 앞서 출판한 <앵무새 죽이기>로 대중들의 지나친 관심에 시달린 데다가 다음 작품에 대한 강박 때문에 출간을 포기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전작에 비해 이 작품은 대중들에게 호평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전작에서 인종 차별에 대항하던 변호사 애티커스 핀치가 이 작품에서는 인종차별주의자로 등장합니다.

 

그녀는 결국 2016년, 8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앵무새 죽이기와 파수꾼 단 두 권의 소설을 출판했을 뿐이지만, 작가로서 그녀의 유산과 미국 문학에 대한 영향력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녀의 글은 아직도 여러 세대의 독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고 정의와 평등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용기란 편견과 불의에 당당하게 맞서는 것

필자가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부분 중 하나는 백인 여성을 강간한 혐의로 기소된 흑인 톰 로빈슨의 재판입니다. 이것은 그 당시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과 편견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스카웃의 아버지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는 이 재판이 인종차별과 편견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톰의 변호를 자처합니다. 그는 인종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톰에게 편향된 시각을 가지고 있는 배심원들을 보면서 당시 미국
남부의 인종차별과 편견의 추악한 현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부당한 제도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용기를 보았습니다. 톰의 재판 장면은 시민의 권리와 의무는 물론 사회에 정의 바로 세우기 위해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가 무엇 일지를 깊이 생각하게 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내가 가지고 있었던 편견은 무엇일까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불평등과 불의가 고착화되어가는 사회의 규범에 의문을 가졌습니다.

 

우리 사회에도 인종 차별과 불평등의 사례가 많습니다. 이슬람 사원의 신축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주변에서 연일 고기를 굽는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해외의 축구 리그에서는 각종 구호와 제스처로 공공연하게 외국인 선수들에 대해 인종차별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와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는 노동 착취, 임금 체불 등으로 각종 불이익을 주고 있습니다.

톰의 재판 장면으로 드러난 시민권과 사회 정의를 위한 미국인들 투쟁의 모습에서 우리 사회 역시 인종 간의 화합과 계급 간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의 가치를 알게 되었습니다.

 

 

에필로그

이 소설은 6살 짜리 어린 소녀 스카웃의 눈을 통해 바라본 1930년대 미국 남부의 인종차별과 편견에 대한 불의와 공감, 관용, 이해의 중요성을 전하는 가슴 아픈 서사입니다.

하퍼 리는 저에게 사람을 인종이나 사회적 지위로 볼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인격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이것은 성실하고 정의를 구현하는 스카웃의 아버지 애티커스 핀치의 성격에서 잘 나타납니다. 애티커스는 그의 자녀들에게 다른 사람들을 존중과 공감으로 대하고 그들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도록 가르칩니다. 그는 또 어떤 경우라도 불의와 차별에 대해 어떻게 맞서야 하는지에 대한 모범을 보여줍니다.

 

누군가를 정말로 이해하려 한다면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 거야. 말하자면, 그 사람의 살갗 안으로 들어가 그 사람이 되어서 걸어 다니는 거지.

 

 

또 다른 중요한 메시지는 바로 용기입니다.

자신이 속해있는 공동체의 적대감에도 불구하고 톰 로빈슨을 변호하기로 한 애티커스의 결정은 정의와 도덕을 위한 용기있는 행동이었습니다. 

그는 인내심이 강하고 친절하며 옳은 일을 하고 정의를 실현하려는 용기 있는 사람입니다. 그는 편견에 흔들리지 않고 죄인을 변호하고 무고한 사람을 구하는 일에 동참했습니다. 그는 사람들의 선한 면을 칭찬하고 일부 사람들이 품고 있는 악의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는 항상 정직하고, 항상 친절하고, 항상 공정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저는 그런 그가 존경스러웠습니다. 그는 정말 놀랍도록 영감을 주는 사람입니다.

저는 책장을 덮으며 눈물이 흐르지 않게 쉼호흡을 하면서 눈을 깜빡여야 했습니다. 애티커스는 나에게 옳은 일이라고 판단되면 고난이 예상되더라도 행동하는 것이 바로 용기라는 것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나도 애티커스 핀치와 같은 삶을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우리 모두가 조금이라도 애티커스 핀치처럼 되려고 노력한다면 세상은 더 나은 곳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진정한 용기란 총을 들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한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어쨌든 시작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끝까지 해내는 것이 바로 용기 있는 모습이란다. 승리하기란 아주 힘든 일이지만 때론 승리할 때도 있는 법이거든.



끝으로, 교육의 중요성입니다.

 

스카웃은 학교에서, 아버지와 다른 어른들에게서, 그리고 마을에서 경험하는 것들로 직간접적으로 삶을 배우며 성장합니다. 저는 이 소녀의 성장 과정을 통해 교육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가지게 되었고, 함께 사는 사회에서 상대방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공감의 의미를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하퍼 리는 순수한 소녀의 눈을 통해 제가 가진 편견에 의문을 제기해 주었습니다. 우리는 정의롭고 공감하며 어울려 살 수 있는 사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녀의 메시지는 우리의 삶과 공동체에 정의 추구에 대한 시대를 초월한 가치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고전명작 다시읽기 - 앵무새 죽이기&#44; 하퍼 리